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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2년 03월 28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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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양장 도서 제본방식 안내 |
쪽수, 무게, 크기 | 276쪽 | 358g | 128*194*20mm |
ISBN13 | 9788936434595 |
ISBN10 | 893643459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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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9월 30일 ~ 2024년 10월 31일
2024년 10월 01일 ~ 2024년 10월 31일
상시
소년이 온다 + 흰 + 작별하지 않는다 + 채식주의자 +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5권
한강 저 | 문학동네+문학과지성사+창비 | 2022년 03월 28일
65,970원 (10% 할인)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대표작 세트 소년이 온다 + 작별하지 않는다 + 채식주의자 + 흰 + 희랍어 시간 +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6권
한강 저 | 문학동네+문학과지성사+창비 | 2022년 03월 28일
77,670원 (10% 할인)
96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고통 3부작으로 불리는 책을 읽었다. 꿈을 꾼 이후 채식을 하게 된 '영혜'를 중심으로 이뤄진 세 장편은 그의 남편과 동서와 언니의 시선으로 서술된다. 내가 읽기에 화자 셋의 고통이라기 보단 영혜, 영혜의 주변, 언니의 고통이라고 생각된다. 직접적인 고통과 간접적으로 겪게 되는 고통의 느낌을 표현한 것만 같다. 실제로 없을 법한 것도 아닌지라 이해가 가는 것과 동시에 불쾌하다. 개중 두 번째 소설인 몽고반점은 한 번 읽고서 다시 돌아보지 않았다. 작가가 무엇을 적고자 했는지 전달은 되지만 그렇기에 다신 보고 싶지 않다.
채식주의자
아직 내 옷에 피가 묻어 있었어. 아무도 날 보지 못한 사이 나무 뒤에 웅크려 숨었어. 내 손에 피가 묻어 있었어. 내 입에 피가 묻어 있었어. 그 헛간에서, 나는 떨어진 고깃덩어리를 주워먹었거든. 내 잇몸과 입천장에 물컹한 날고기를 문질러 붉은 피를 발랐거든. 헛간 바닥, 피웅덩이에 비친 내눈이 번쩍였어.
20p
그렇게 생생할 수 없어, 이빨에 씹히던 날고기의 감촉이. 내 얼굴이, 눈빛이, 처음 보는 얼굴 같은데, 분명 내 얼굴이었어. 아니야, 거꾸로, 수없이봤던 얼굴 같은데, 내 얼굴이 아니었어. 설명할 수 없어. 익숙하면서도 낯선…… 그 생생하고 이상한, 끔찍하게 이상한 느낌을.
21p
문장 하나하나, 글자 하나하나 읽고 또 읽었다. 마치 내가 꾼 꿈 같아서, 내가 겪은 실제 일만 같아서. 그 감각과 두려움이 너무나 생경해서 구토를 할 것만 같았다. 영혜는 이러한 꿈을 겪기 시작하면서부터 달라졌다. 아무도 이해해주지 않는 온전히 자신만 느끼고 두렵기 시작한 꿈을 어떤 사람이 멀쩡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삼분의 일 가량은 영혜만큼은 아니더라도 어렵지 않을까. 극단적이지 않았더라면 영혜가 정상의 범주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피웅덩이에 비친 내 눈이 번쩍였어.
영혜의 변화는 이 문장에서부터 시작되고 비롯되었다고 생각한다. 날고기를 씹던 것은 사람이었을까 아니면 짐승이었을까. 내가 그랬나. 나는 그럼 사람인가 짐승인가. '채식주의자' 속에서만 바라본다면 영혜가 변하게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독자인 나조차도 저순간만큼은 내가 역겨웠다. 그리고 알고 싶었다. 나는 결국 무엇인지.
한번만, 단 한번만 크게 소리치고 싶어, 캄캄한 창밖으로 달려나가고 싶어. 그러면 이 덩어리가 몸 밖으로 뛰쳐나갈까. 그럴 수 있을까.
아무도 날 도울 수 없어.
아무도 날 살릴 수 없어.
아무도 날 숨쉬게 할 수 없어.
72p
영혜는 숨쉴 수 있게 되었을까? 그렇다면 영혜의 선택은 옳은 것이었을까? 적어도 영혜 자신만으로 본다면 결코 영혜는 미치지 않은 것이다. 숨쉬고자 하는 마지막 변화였다고 생각한다.
몽고반점
십여년 동안 자신이 해온 모든 작업이 조용히 그에게 서 등을 돌리고 있었다. 그것은 더이상 그의 것이 아니었다.
98p
외골수인 형부가 무엇을 찍고 싶었는지, 무수한 꽃과 잎들 속에서 어떠한 장면을 담고 싶었는지 이해가 간다. 하지만 그렇기에 그것을 벗어난 형부의 욕망은 더욱 더럽고 추악하다. 어쩌면 전부 내던질만큼 모든 것을 얻고 동시에 모든 것을 잃은 형부는 어떤 마음일지 궁금하기도 하다. 그러나 아내에게 들키지 않았더라면, 예술을 앞세워 채운 성적 욕망은 계속 되었을 것이라 확신한다.
나무 불꽃
어디서부터 잘못되었을까.
그런 순간에, 이따금 그녀는 자신에게 묻는다.
언제부터 이 모든 일이 시작되었을까. 아니, 무너지기 시작했을까.
198p
영혜를 이해하면서도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이 너무나도 잘 표현되었다. 미친 사람이 영혜였기에 더욱 그러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그런 영혜로부터 가장 많은 변화를 겪은, 겪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자식인 지아가 방어기재가 되지 않았더라면 언니도 영혜처럼은 아니더라도 충분히 미치고 말았을 것이다. 그 사실을 언니 또한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 두려운 것이다. 어쩌면 자신이었을지도 모르는 영혜의 모습이.
그녀는 이미 깨달았었다. 자신이 오래전부터 죽어있었다는 것을. 그녀의 고단한 삶은 연극이나 유령같은 것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그녀의 곁에 나란히 선 죽음의 얼굴은 마치 오래전에 잃었다가 돌아온 혈육처럼 낯익었다.
242p
주변으로부터 온갖 멸시와 환멸, 더러운 것을 보는 듯한 시선과 극단의 조치를 받으면서도 영혜는 자신의 원하던 것의 답을 찾았다. 해방의 길을 얻었다. 그와 반대로 언니는 혼돈 속으로 집어던져졌다고 생각한다. 첫장부터 마지막장까지 읽고 나면 곱씹어 생각하게 된다. 누가 가장 '고통'인가. 그건 아무런 해답을 얻지도 표면적인 방어기재로 인해 찾지도 못하는 영혜의 언니이지 않을까.
고통에 찬 확신이 마치 오래 준비된 것처럼, 이 순간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그녀의 앞에 놓여있었다.
241p
이 모든 것은 무의미하다.
더이상은 견딜 수 없다.
더 앞으로 갈 수 없다.
가고 싶지 않다.
242p
영혜의 언니가 '정상'이라는 범주 속에서 답을 찾았으면 좋겠다. 고통이라는 숲속에서 방향을 잃지 않길 바란다.
작가의 다른 작품들을 만났기에 개정판인 이 도서를 만났다. 작품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기에 다소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면서 작품을 읽었던 시간이었다. 가족이라는 집단을 구성하는 우리들은 얼마나 서로를 알고 있을까? 부부, 부모와 자식, 형제들은 얼마나 서로를 이해하는 집단일까? 이 작품의 친정아버지가 결혼한 딸에게 빰을 때리는 장면은 영혜라는 딸에게 일어나는 많은 일들을 설명하기 시작한다. 베트남 참전용사인 친정아버지. 그의 자랑하는 모습과 딸들에게 보여준 폭력성과도 연결이 되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뺨을 맞고, 폭력에 무방비하게 노출되었던 두 자매를 계속 부여잡으면서 작품을 다시 이해하는 시간을 가지게 한 소설이다.
영혜의 긴 시간들을 차분히 떠올려보게 한다. 성장기와 결혼생활, 그녀의 표정과 말까지도 우리는 떠올려보게 한다. 그녀가 채식주의자가 된 이유, 남편이 아내인 영혜를 타인처럼 거리를 두기 시작한 병원에서의 모습까지도 기억하게 한다. 사건이 일어나서 병원으로 실려간 그날 영혜는 철저하게 혼자였음을 작품은 짚어준다. 부모도, 남편도, 형제들도 영혜의 식습관에 이해보다는 그들이 살아가는 방식을 강요하며 억압하는 모습이 폭력적으로 일어나는 날이었다. 브래지어를 착용하지 않는 것에, 이유에 대해서도 사회가 보는 시선은 부드럽지 않았다는 것을 자주 만나게 된다.
남편이 아내를 바라보는 시선과 관점도 자기중심적인 모습이었다. 사랑하니까, 함께 여생을 보내고자 하는 결혼이 아닌 결혼생활이 얼마나 건조한 것인지 이 작품의 부부을 보면서 느끼게 한 작품이기도 했다. 언니 부부의 모습에서도 놀라움과 실망스러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남편의 무책임한 행동들은 아내와 자식에게도 서슴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감정을 끝없이 숨기면서 인내하는 아내의 모습도 위태롭기까지 했다. 아들이 꿈을 꾸고 나서 엄마품에서 우는 날 그녀가 아침에 보여준 모습들. 두 자매의 외줄타기 곡예는 어디에서부터 시작된 것인지 생각해 보게 한 작품이었다. 영혜의 모습이 곧 자신의 모습이라는 것을 인지한 언니의 삶도 아프게 그려지는 소설이었다. 아이가 아빠가 집에 있냐는 질문에 그녀가 아이에게 대답하는 대화도 결코 가볍지가 않았던 장면이었다.
우리집에 아빠 있어? 아이가 아침마다 던졌던 질문.
없어. 아무도 없어. 너랑 엄마만 있는 거야. 언제까지나 그럴 거야. 196
자신의 삶을, 인생을 살아본 적이 없다는 것과 견뎌왔다는 것은 어떤 것인지 짐작해 보게 된다. 두 자매의 인생이 얼마나 고단했을지 생각하게 한다. 썩어서 문드러진 시체 같은 꿈속의 얼굴이 곧 자신이었다는 영혜의 말은 큰 웅덩이가 된다. 육체만 있을 뿐 영혜는 이곳에 있지 않다. 그녀가 꾼 꿈들의 얼굴들과 언니가 꾸는 꿈속의 자신의 얼굴도 상징적으로 전달된다.
썩어서 문드러진 시체 같은, 피투성이일 때도 있고, 아주 낯익은 얼굴, 낯선 얼굴... 달랐던 꿈속의 얼굴 171
유독 꿈이 자주 등장한다. 그리고 타인의 시선들과 인물들의 눈이 자주 등장한다. 작품은 사회가 강직하게 보여주는 문화와 규율, 규범, 당위성, 타인의 시선과 시기와 의심, 혐오들이 얼마나 폭력적인지 촘촘하게 등장시켜준다. 무책임하고 방관하는 가족들의 모습들도 놓치지 않는다. 이해하는 모습은 찾을 수 없고, 정신병원에 넣은 사람이 가족이었다는 점도 놓치지 않는다. 강압적이고 폭력적으로 치료하는 모습이 최선이었는지도 질문하게 된다. 육식을 강요하는 가족의 모습들, 채식을 하는 사람에게 보내는 시선은 호의적이지는 않는 모습이 작품에 흐른다. 나와 다른 선택을 하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배타적인지 사회인지도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었다.
텅 빈 두 눈 129
사막같은 얼굴 127
정신병원 가지요? 버스 승객들 시선. 의심과 경계, 혐오와 호기심이 얽힌 그들의 시선 181
오랫동안 혼자여온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단단한 시선 181
눈에서 빛이 꺼진 것 228
그녀의 눈길은 어둡고 끈질기다. 268
아무것도 담기지 않은 시선. 어린아이가 아니면 가질 수 없는, 모든 것이 담긴, 그러나 동시에 모든 것이 비워진 눈... 아무것도 눈동자에 담아본 적 없는 것 같은 시선. 177
주변의 시기와 험구 160
꽃, 나무, 숲, 비. 물구나무를 서는 영혜의 세상은 동물의 세계가 아닌 식물의 세상이었다. 뿌리가 되고 잎이 나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 비를 맞고 땅으로 흡수된 것이 나무에 흡수되는 순환의 세상이었던 영혜가 진정 원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알게 되었다. 그래서 아프게 그려지는 고통이었다. 누구도 영혜를 헤아려주지 않았고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 그녀의 아픔은 긴 시간 속에 새겨진 가족이 그려낸 것들이었다. 어린 시절 좋아했던 자두, 복숭아, 수박까지도 거부한 그녀의 고통과 분노, 아픔은 계속되고 있었던 것이다. 정신병원에서도.
'새로 쓴 작가의 말'을 연거푸 되새기면서 읽었던 작품이다. 작가의 다른 작품들만큼이나 이 작품을 기억할 것 같다. 믿고 읽었던 작가의 소설이었다. 수위가 높아서 다소 놀라웠지만 한글이 그려내는 문장의 전달력에 또 한 번 감동하면서 마지막까지 작가의 의도를 이해하려고 노력한 시간들과 작품성에 놀라워하면서 읽은 소설이었다.
잔인한 무책임의 죄. (아이꿈. 엄마새. 그날의 새벽.남편의 무책임 ) 266
(남편) 전부를 걸고, 전부를 잃었다 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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